토요일 ....
3월 개강이후엔
여행하기 어려울거 같아
짐을 쌌다.
주유소에서
기름탱크 가득 기름을 넣고,
북부산 톨게이트를 시작으로
외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영양 석보면 두들마을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것은 부의 상징이며,
그 부를 바탕으로 한 품위를 지켜야 함을 요구한다.
두들마을의 재령이씨 일가들은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양반들이었다.
춘궁기때나 가뭄때
기미쌀을 풀어 온 마을을 먹여살렸다 한다.
안동인지라
퇴계사상의 근본인 휴머니즘의 영향이라 보여진다.
그들이 전망좋은 언덕을 차지할 자격이 있음을....인정한다.
두들마을은 언덕위에 위치한다.
그 이름도 언덕위의 마을이란 뜻.
예사롭지 않은 지형은
궂이 풍수지리를 논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그네를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텃밭을 덮고 있는 잔설,
줄기채 말라버린 옥수숫대 그리고 무심한 구름,
저눔의 구름을 볼때마다
나는 무심하다 투정 부리듯 혼잣말을 한다.
이시명 일가들이 살았던
두들마을 터에 들어서면서
전망좋은 이국의 hill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 그려진다.
붉은 황토벽과
단정한 기와,
솟을 대문의 웅장함
잘 단장된 기념관들,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는 거 실감하면서,
아쉬웠다.
왜냐고?
너무 단정하고
너무 단아해서
맛이 없다.
무너진 담장만 보수하고,
으스러진 기와만 손질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이문열의 생가에서
그의 소설의 모티브들을
멸치똥 만큼이라도 발견 할 수 있으리란
소박한 기대감, 그리고 앙와 없이 완성된 기와집이
정말 품위가 떨어져 보일까? 하는 의구심을 들고갔다.
오지의 소박함과 질박함을
기대하고 간 여행인지라
마음이 허했다.
나는 아마도
쇄락해 가는 세월의 흔적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지붕이 품고있던 눈들이
비처럼 처마로 쏟아진다.
앙와가 없음은,
미완의 아름다움과
겸손의 미덕을 표현키 위함이란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머 그런거.......
두들마을의 무심한 구름처럼,
댓돌위에 호젓이 놓여있는 고무신처럼,
무심한 햇살이 울 엄마 만드시던
조각 보자기 만큼한 크기로 대문안을 기웃거렸다.
어디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과거와 현재는 공생관계이다.
인류가 살아온 발자취
그것이 문화 인류학이고,
그러한 모든것들 속에 예술은 존재한다.
인간의 발자취 그것이 예술이고,
세상의 모든것이 예술이다.
단지와 헬멧의 무심한 배열 속에서
무심한 조선의 자연주의를 떠 올리며,
그리고 그 순박한 아름다움도 함께
찬양한다.
이문열 선생의 생가 마당에 서서
시대가 어떠하게 그를 욕하든,
나는 그를 통해
그의 "들소"와 "황제"를 만났음을
여전히 행운으로 생각한다.
파릇파릇 여리고 곱던
나의 20대에 만났던 "사람의 아들"
그리고,
간결하고 함축적인 그의 문체를
나는 아직도 사랑한다.
그리고 울 엄마는
몬드리안의 "콤포지션" 보다 더 멋진
예술가임을 자랑한다.
울엄마 조각보는 예술이다.
한국의 무수히 많은 몬드리안은
모두 울엄마 들이다.
갑자기 두들마을에서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이래서 여행은 함지박만큼이나 크게 나를 살찌운다.
* 여행길 안내
부산에서 부산,대구 신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중앙고속도로(55번 고속도로)를 북대구에서 갈아탔다.
남안동에서 내려 영양으로 달리다보면
임하댐을 지나고 태백산맥 근처 까지 깊숙히 들어가다보면
예쁘게 이정표들이 나온다.
두들마을이라고, 34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
네비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네비없는 여행을 너무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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